내가 쓰는 만년필

from talking 2017. 5. 28. 18:09

1. 라미 로고 06


내 첫 만년필. 고등학교 졸업 선물로 엄마가 사고싶은 것을 사도 된다고 했는데 매장에 가서 질렀다가 생각보다 큰 금액에ㅋㅋ 놀란 엄마에게 혼이 났던 만년필이다. 라미는 일제 만년필보다 촉이 두꺼운 편이라, EF를 구매했음에도 꽤 두꺼운 편이었음. 검은 잉크를 넣어서 일기장에 썼다. 지금은 서울에서 챙겨오는걸 깜빡해서 서울에 있음.


2. 파이롯트 프레라 아이보리


대학교 다니면서 캘리에 빠져서, 펜촉이나 펜대도 구매하고 난리를 침. 그 와중에 라미 로고 06이 나에겐 무거운 편이라 좀 가벼운 저가형 만년필을 사고 싶었다. 그래서 구매함. F촉인데 라미보다 얇아.... 사각사각하면서 써지던 것이 지금은 부드럽게 나오는 것을 보면 나름 길들여진 것 같다.


3. 파이롯트 에라보


그리고 연성닙 동영상을 보게 된다. 닙을 깎아낸 개조 닙이었지만 아니 연성닙이라는게 있다니?! 하고 컬쳐쇼크를 먹음. 그래서 일본사이트에서 직구함. 마침 그 때 일하면서 굉장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던 시기였다. 미친 척 하고 질렀는데 생각보다 낭창한 닙이 너무 맘에 들어서 좋았다. 물론 무리해서 필압을 세게 주면 닙을 날려먹을 가능성이 크니 조심해야 한다. 아티스트 웨이 읽고 아침에 일기를 쓰던 시기가 있었는데 그 때 이 만년필을 자주 씀. 그리고 글씨는 개판이었다. 만년필은 죄가 없다.


4. 플래티넘 3776 센츄리 부르고뉴


그냥 예뻐서 샀다. 따지자면 첫 데몬 만년필이라고 할 수 있다. 원래 클래식하거나 심플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편인데 플래티넘 센츄리가 딱 그랬다. 이번에도 직구를 하는데 EF닙이 안보여서 과감하게 UEF닙에 도전. 결과적으로 극세닙에 대한 플래티넘의 자신만만함을 느끼게 되었다. 엄청 얇다. 길을 들이는 중인데, 일단 얇아서 좋지 않은 종이에 써도 잉크가 심하게 번지지 않는 점이 맘에 들긴 함. 여튼 이쁨.


5. 라미 사파리 패트롤


부르고뉴 사고 또 예뻐서 샀다. 근데 까먹고 있었다. 내가 고등학교 졸업 선물로 라미 사파리를 구입하지 않았던 이유를. 나는 사파리의 깎여나간 삼각 그립을 굉장히 싫어한다. 내 손에 맞지 않아 필기가 불편하다. 라미와 잘 맞는 사람들은 좋겠지만, 나는 이 그립과 맞지 않는 사람이었다. 누군가 처음 만년필을 사게 된다면 라미 사파리는 구입하지 말라고 추천할 수 있을 정도이다. 하지만 라미가 뽑아낸 색은 죄가 없다. 다크 라일락이 인기가 많았지만, 나는 보라색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그렇다고 생각했다...) 패트롤의 무광 청록색이 굉장히 맘에 든다. 나는 잉크 욕심은 별로 없는 편인데 패트롤 잉크 만큼은 꼭 구매를 할 생각이다. 어쨌든 EF 블랙닙도 굉장히 근사하다. 관상용으로 두기엔 아쉽기 때문에 열심히 필사하는 데 쓰는 중. 하지만 그립은 여전히 불만이다. 차라리 돈을 더 들여서 라미 알스타를 구입하는 것이 낫다.


6. 펠리칸 m205 아메시스트


나는 보라색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펠리칸 아메시스트 만큼은 예외라고 할 수 있다. 채도가 낮은 보라색의 데몬 바디는 굉장히 아름답다. 최근 지출이 많아 손을 떨면서 결제를 했는데, 처음 잉크를 넣고 글을 쓸 때부터 너무 편하게 쓸 수 있어서 놀랐다. 손과 손목에 크게 부담이 가지 않아 정말 좋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이쁨. 에델슈타인 아메시스트도 굉장히 아름답다. 이래서 잉크덕질을 하는구나.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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